국내 근로 환경의 디지털 전환은 약 5년 뒤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세형 오비스 대표는 “구인난이 도래하고, 직원 간 상호신뢰 문화가 갖춰져야 비로소 업무 공간의 디지털 전환이 시작될 것”으로 분석했다. 오비스(oVice)는 기업에 디지털 업무 공간을 판매하는 가상 오피스 플랫폼 회사다.
팬데믹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영구적인 흔적을 남겼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말 전 세계 지식 근로자의 39%(전년 대비 2%p 증가)가 하이브리드 형태로 근무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브리드는 주 1회 이상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방식을 말한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재택 근무 근로자는 96만 명으로 최근 들어 소폭 감소 중이나 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전면적인 원격 근무는 줄더라도 재택 근무를 활용하는 근로자의 비율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사무실 안팎에서 일하는 근무 형태를 정 대표는 ‘플렉시블 워크’라 부른다. 플렉시블 워크 대한 기대감은 생산성 향상에 있다. 출퇴근 시간을 본인 사이클에 맞출 수 있고, 미팅 등 외부 일정에 소요되는 이동 시간을 없앨 수 있으며, 업무 소통이 수월해진다.
또 적절한 원격 근무 툴이 도입될 경우, 아이디어 도출에 필요한 우발적 커뮤니케이션이 물리적 제한 없이 발생할 수 있으며, 직원의 이사와 복직 등이 쉬워져 구인구직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이처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 플렉시블 워크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난 4월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재택 근무 경험이 있는 직장인 및 구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재택 근무가 업무 효율 증대에 도움이 됐는가”라는 질문에 55.1%가 “낮다”고 답했다.
정 대표는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플렉시블 워크가 제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시장은 감시 분위기가 만연하다. 직원이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더 엄격한 성과 기준을 부여한다. 이 같은 감시 자체가 리소스다”고 꼬집었다.
이어 “직원도 마찬가지다. 재택 근무를 워라밸과 연결시킨다. 재택 근무를 쉬는 것으로 생각하는 셈인데, 이런 분위기에서 업무 공간의 디지털화를 추진해봤자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해외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본은 상당수의 기업과 공공기관이 플렉시블 워크를 도입한 상태. 정 대표에 따르면 3년 뒤 확실한 성장 포인트가 기대된다. 올해만 도쿄전력과 일본 대표 IT기업 후지쯔가 오비스를 활용한 플렉시블 워크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들이 성공적으로 도입하면 업계가 한꺼번에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의 적극적인 도입에는 극심한 구인난과 정부의 주도적인 재택 근무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
미국도 시장의 도입 의지는 큰 편이다. 다만, 현재 원격 근무를 제공하는 기업의 종류가 많고 각기 추구하는 방향성이 달라 시장이 정리되는 시기가 필요해 일본보다는 본격적인 시작이 늦을 것으로 정 대표는 분석했다.
정 대표는 “국내는 아직 구인난이 오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미국처럼 해고가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성과 평가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플렉시블 워크 도입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기업은 플렉시블 워크를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기업의 대표가 먼저 나서서 추진을 해야 하고 근로자도 자신부터 오픈 마인드를 갖췄을 때 비로소 플렉시블 워크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조언했다.
